유럽의 IPTV는 방통겸업의 산물이다?

...라고 우리나라에 알려져 있는 게 사실이지만, 실제로 둘은 그다지 큰 연관관계가 없어 보입니다.

세계 IPTV 서비스 모델중 가장 성공적이라 평가받고 있는 프랑스의 경우, 방송통신 겸업이 가능한 대표적인 나라 입니다.

1986년 당시, 사회당인 프랑수와 미테랑 대통령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우파 총리인 자크 시락은 공영방송이던 프랑스 1번 채널 TF1을 건설이 주력이던 부이그 그룹에 매각 합니다.
이후 부이그 그룹은 LCI(프랑스 유일의 뉴스전문채널), Euro Sports(우리나라에도 잘 알려져 있는 스포츠 전문채널), TPS(우리나라의 SkyLife) 등 다른 방송 채널/SO들을 설립 또는 인수하고, 1994년에는 정부로부터 프랑스의 세번째 이동통신 사업권을 획득하며 통신시장으로도 진입하게 됩니다.

참고로 현재 TF1은 평균시청율 30% 내외로 (프랑스 뿐 아니라) 유럽에서 가장 큰 방송사이며, 부이그 텔레콤은 가입자 930만명, 시장점유율 약 17%의 프랑스의 세번째 이통사 입니다.

IPTV가 보급되기 시작한 2003년 무렵 프랑스에서는 다른 주변 유럽 국가들에 비해 현격히 떨어지는 ADSL 보급률 때문에 깊은 고민에 빠져 있었고, 이 문제를 극복하기 위해 정부는 두 가지 새로운 정책을 취하게 됩니다.
하나는 기간망 사업자인 프랑스 텔레콤에게 가입자망까지를 포함해 보유하고 있는 망을 다른 사업자에게 임대하도록 의무화하며, 이를 통해 신규 사업자의 진입을 자연스럽게 유도하는 것 입니다.

프리(Free)라는 (기존 프랑스의 어느 사업자와도 연관이 없는) 신규 사업자가 이 새로운 정책의 최대 수혜자로 등장하여, 프리박스라는 시내구간 무료 VoIP를 킬러로 ADSL, 수 십개의 실시간 방송채널의 IPTV를 포함한 TPS STB를 파리를 중심으로 순식간에 보급시키게 됩니다.

현재까지 프리를 위시로, 오렌지(프랑스 텔레콤)를 포함한 7~8개의 사업자가 똑 같은 방식의 STB를 수 백개의 IPTV 채널과 함께 월 30유로(물가 등을 고려해 우리나라의 약 3만원 정도의 느낌...) 안쪽의 수준으로 제공하고 있으니, 실로 프랑스 유선시장은 프리가 그 그림을 완전히 새로 그려냈다 해도 과언이 아닐 것 입니다.

위 7~8개의 TPS 사업자중에 아직은 프랑스 최대의 방송사와 이통사를 보유하고 있는 부이그의 이름은 찾아볼 수가 없으며, TF1과 다른 부이그의 방송 계열사들은 단지 PP로서 그 역할을 유지하고 있을 뿐 입니다 (최근 부이그 그룹은 이동통신서비스를 포함, 새로운 QPS를 출시하겠다 발표한 바 있습니다).

다른 방통겸업 그룹인 비벤디의 경우에도 (방송사 카날 플러스, 이통사 SFR, 유선 Cegetel 등) IPTV를 포함한 TPS 시장에서 리더 역할을 프리에게 내준 채 수동적으로 시장을 따라갈 수 밖에 없었으며, 카날 플러스 역시 TF1처럼 PP로서 다른 모든 사업자들에게도 자신들의 컨텐츠를 공급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요즘 일각에서 (궂이 프랑스의 예를 들어가며) 방통겸업은 IPTV와 같은 새로운 먹거리 사업을 활성화 시킬 수 있을 것이라는 논리는 정확한 사실에 입각하고 있다 보기가 어려워 보이며,

오히려 민영화 이전 프랑스 텔레콤이 구축했던 인프라에 공적 개념을 도입하고, 과감하게 신규 사업자를 유입시켜 가격 경쟁을 불러 일으킬 수 있었던 것이 IPTV의 활성화 뿐 아니라, 브로드밴드의 보급, PSTN의 VoIP화, 유선 통신요금의 인하, 컨버전스의 가속화 등등 요즘 우리도 고민하고 있는 여러 문제들을 한꺼번에 해결할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특히 니콜라 사르코지가 정권을 잡은 이후부터는 TF1 프로그램의 질 저하 (공적 성격을 포기한 채 흥미위주의 상업 방송으로 완전 전환), 부이그 그룹의 총수인 마르탱 부이그(창업주의 아들)와 사르코지 대통령과의 특별한 개인적, 종교적 친분(마르탱 부이그는 사르코지의 대부)으로 짐작되어 지는 TF1 뉴스 보도의 불공정성 등, 예상 가능했던 TF1 민영화의 모든 문제들이 터져 나오고 있는 상황에서, 우리나라가 요즘 새롭게 지향하고 있는 그 모든 정책들이 과연 기대하고 있는 제 기능을 수행해 낼 수 있을런지...


by 프리스코 | 2008/09/06 21:08 | 생각 하는대로...! | 트랙백(1) | 덧글(0)

동아일보와 9월 위기설?!

어제 우리 증시의 코스피지수는 4% 폭락했고, 우리 돈 가치도 더 떨어져 원-달러 환율이 달러당 1110원을 넘었다. 글로벌 경기둔화 등 기존 악재에다 몇 재벌그룹의 자금 압박설 등 새 악재가 겹친 탓이라는 풀이다. 하필 그동안 떠돌던 ‘9월 금융위기설(說)’의 바로 그 첫날 시장이 이랬으니 많은 투자자가 놀랄 만도 하다. 그러나 ‘외국인들이 9월에 만기가 되는 채권에 투자한 67억 달러를 모두 찾아 한국을 떠날 것’이라는 위기설의 핵심이 현실화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전문가들은 본다. 실제로 외국인은 대부분 만기연장이 필요 없는 채권에 투자하고 있으며 6, 7월에 채권을 대량 매도했던 외국 투자은행(IB)들도 8월엔 다시 사들였다.

▷ 문제는 남아 있다. 첫째는 위기설을 증폭시킨 주변 상황과 경제지표다. 저(低)성장과 고(高)물가가 아예 짝을 이뤘고 경상수지 적자는 계속 불어났으며 대외채무도 급증했다. 투자도, 일자리도 기대에 찬물을 끼얹는다. 둘째는 정부에 대한 불신이다. 정부는 고물가나 투자 부진 등을 국제유가 폭등 또는 미국발(發) 금융위기 같은 외생(外生)변수 탓으로 돌리기 일쑤다. 하지만 시장은 정부의 조정능력을 의심한다. 이 정부는 지난 반년 동안 ‘시장의 실패’보다는 ‘정부의 실패’를 걱정하게끔 했다.

▷ 경제는 심리다. 위기설은 진짜 위기로 번지기 쉽다. 그런데도 ‘경제위기’라는 말을 이명박 대통령이 즐겨 쓴다. 취임 초인 3월엔 ‘경제위기는 시작에 불과하다’고 했고, 7월 국제유가 폭등에 대해선 ‘제3차 오일쇼크라고 할 만한 상황’이라고 했다. 8월엔 ‘우리 경제는 에너지위기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했다. 대통령이 진정 위기감을 느꼈다면 ‘정부는 이렇게 대처할 테니 국민은 이러저러하게 해주시오’라며 구체적 해법을 제시할 일인데도 그런 건 없었다. 야당이 ‘국민 협박하는 양치기 소년’이라고 할 만하다.

▷ 정부가 있는 위기를 못 느껴도 큰일이지만 해답 없이 ‘위기’만 강조해서는 국민 불안감이 커질 수밖에 없다. 주식투자나 부동산거래 등 크고 작은 경제생활이 모두 영향을 받는다. 더 큰 부작용은 국민이 저투자나 노동력 공급 부족 같은 진짜 중장기 위기 요인에 둔감해진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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놀랍게도(!) 동아일보 홍 권희 논설위원의 9월 2일자 사설입니다 (http://www.donga.com/fbin/output?n=200809020118).

저는 사실 이 분을 잘 모르지만, 동아일보에도 (아주) 때때론 제대로 된 생각에 얼추 가까운 것을 갖은 분이 있는 건가, 아니면 감싸다 덮다 지쳐 더 이상은 안되겠다 자기들도 위기감을 느낀 것인가 잘 모르겠지만, 동아일보 마저 이러니 막판인가 싶어 불안감은 더 커지고, 해법 비슷한 것도 제시 못하는 건 결국 정부나 매 한 가지 인 것 같아 깝깝하기만 합니다.

9월 한 달이 아주 길~ 것만 같아 영 잠이 잘 오지 않습니다...


by 프리스코 | 2008/09/02 04:08 | 트랙백 | 덧글(1)

프랑스 최첨단 상류문화(?), 테크토닉

테크토닉 (Tecktonik)은 이 댄스를 처음 탄생시켰던 "테크토닉 킬러 (Techtonik Killer)"라는 클럽 파티에서 킬러는 빼버리고 짧게 줄여서 부르는 말이다.

가장 일반적으로는 손동작과 팔동작이 화려한 특정한 장르의 댄스 스타일을 일컫는 말이나, 그 댄스를 추기 위한 테크노,일렉트로,하우스 등 다양한 스타일의 음악, 퓨처리즘과 복고, 화려한 색상으로 대표되는 패션, 더 나아가 프랑스>유럽>전 세계에서 동시 다발적으로 발생하고 있는 하나의 문화 또는 문화 현상 그 자체를 일컫는 말이기도 하다.

테크토닉 댄서들과 로고가 박힌 의상


2002년 씨릴 블랑 (Cyril Blanc)과 알렉상드르 바루즈댕 (Alexandre Barouzdin)이라는 두 명의 프랑스 청년이 하드스타일 (Hardstyle), 점프스타일 (Jumpstyle)이라 불리는 벨기에와 네덜란드식 댄스를 프랑스에 보급하기 위해 "테크토닉 이벤트" 프로젝트를 기획하며, 그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파리 남쪽 외곽의 작은 도시 륑지스 (Rugis)에 있는 나이트 클럽, 르 메트로폴리스 (Le Metropolis)에서 테크토닉 킬러라 명명한 클럽 파티를 개최하게 된다.

이날 이후 입에서 입으로 그리고 인터넷 UCC를 통해 테크토닉은 프랑스의 다른 지역, 벨기에, 스위스, 캐나다 등 불어권 국가들을 중심으로 빠르게 번져나가기 시작하며, 특히 2007년 9월 15일 약 40만명의 젊은이들을 파리 길거리에서 춤추게 했던 9번째 테크노 파라드 (Techno Parade)는 테크토닉의 대중화에 폭팔적 기폭제 역할을 한다.



프랑스의 대표적 테크토닉 그룹, Yelle의 A cause des garcons
(그들의 현란하고도 글루브한 테크토닉 댄스)


테크토닉의 창시자인 씨릴 블랑은 2007년 테크토닉 (Tecktonik 또는 TCK)이라는 명칭을 다른 클럽들이 사용하지 못하도록 국제 특허를 출원하였으며, 그 이후 그 명칭을 사용한 음반, 패션 브랜드, 기능성 음료 들이 출시되기도 했다.

현재 테크토닉의 명맥은 륑지스의 르 메트로폴리스를 떠나 파리 시내로 입성, 유명 나이트 클럽인 르 믹스클럽 (Le Mix Club)과 레드 라이트 (Red Light)에서 이어지고 있으며, 2007년 11월부터 프랑스 최대 방송사의 자회사인 TF1-Entreprises가 테크토닉의 해외 프로모션을 관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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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민자, 실업, 범죄 등으로 쉽게 묘사 되버리는 대표적 *방리유 도시인 륑지스 (*Banlieue 파리 등 대도시를 중심으로 외곽에 형성된 위성도시와 그 지역). 참여와 공유로 대표되는 새로운 인터넷 문화와 도시 전체를 거대한 나이트 클럽으로 만들어 버린 자유로운 거리 문화 그리고 그 어떤 새로운 문화에도 문을 활짝 열어둔 똘레랑스의 나라 프랑스는 조그만 방리유 도시 륑지스에서 탄생한 이 저급한(?) 문화를 결국 세계 최상류 문화의 중심지인 파리에 상륙하게끔 만들었다.


by 프리스코 | 2008/08/29 20:34 | 생각 하는대로...! | 트랙백(5) | 덧글(2)

걸림돌

최 시중 방송통신위원장이 지난 14일 CJ헬로비전과 KT를 방문, 디지털케이블TV와 IPTV 시연을 받았다고 한다.

그런데 KT의 IPTV 시연에서는 설명을 담당한 직원으로부터 리모콘을 건네받고 TV 인터넷 검색, 노래방 평가 댓글달기 등 몇 가지 IPTV의 새로운 기능들을 직접 수행해 봤는데, 쉽사리 따라해 내지를 못했다.

그러고선 남긴 몇 가지 "지적"...

"충실한 내용을 담되 너무 복잡하게 만들어서는 안된다"
"지금보다 더 다양화되고 빨라지면 현기증이 난다"
"적절한 수준이 어디인지를, 삶의 질을 높일 수 있는지를 연구해야 한다"

이에 다소 당혹스러웠던 KT 관계자들은 "노인층 등을 대상으로 단순한 기능을 제공하는 리모콘, 젊은층을 위한 리모콘 등 다양한 단말을 개발하고 있다"며 수습에 나섰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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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저런 제도적인 문제들로 인해 우리나라 IPTV는 그 이름으로도 제대로 불리지 못할 만큼 기형적 난관들을 극복해 왔다. 다른 나라에서 IPTV가 실시간 재전송 채널의 숫자를 늘리고 있을 때, 우리나라 사업자들은 그 핸디캡을 극복하기 위해 인터페이스 및 부가기능 개발에 몰두해 왔고, 그 결과 이제는 세계 여러나라에서 벤치마킹을 해 갈 만큼 수준 높은의 인터페이스(화면의 그래픽 인터네페이스 뿐 아니라, 리모콘, 셋톱박스 등등)와 다양한 부가서비스가 개발 되었다.

우리나라 (산업의 핵심 중에 하나인) 방송통신 정책의 최고 수장께서 "응원차" 사업자를 방문하시어 이렇게 괄목할 만한 성과는 까~맣게 접어 두신 채, 마치 나이드신 할아버지가 신세대 손자에게 문자보내기 왜 이리 어렵냐는 듯 불평하는 "지적"들을 하셨다는데 대해,

제도적 뒷받침, 정책적 지원 운운 하시기 전에, 제~~~발 걸림돌이나 되지 않아주셨으면... 하는 작은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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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업자 방문가서 인터페이스 복잡성 운운하는 서비스 팀장 수준의 위원장도 웃기지만, 의연하게 대처하지 못하고 당혹스러워하는 사업자나, 그걸 마치 우리나라 IPTV 정책의 중요한 기조가 될 냥 호들갑을 떨어버리는 신문도 참~ 깝깝하기는 마찬가지 입니다...


by 프리스코 | 2008/08/19 15:08 | 생각 하는대로...! | 트랙백(4166) | 덧글(0)

바람과 구름의 향연, 오대산 비로봉

오대산은 만월봉, 장령봉, 지로봉, 기린봉, 상왕봉의 다섯 봉우리가 마치 연꽃이 핀냥 고른 높이로 둥그머니 이뤄져 있다하여 오대산이라 불린다고 한다.

이번 여름방학 떼오와 단 둘이 떠나는 산행지로 오대산을 정했었을 때 처음 목표는 상원사에서 출발하여 적멸보궁을 지나 비로봉을 (주봉, 1563.3m) 오른 후, 상왕봉과 미륵암(북대)를 거쳐 다시 상원사로 내려오는 코스였었으나, 적멸보궁을 지나면서부터 내리기 시작한 비로 인해 비로봉에서 바로 다시 상원사로 내려오는 코스로 수정할 수 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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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 8 12, 화요일 (2차 여름휴가 둘째날)

만약 전날 승용차로 미리 답사를 하지 않았다면 매표소 부근에 주차를 해 놓고 월정사를 지나 상원사까지 걸어 가보려는 야무진 생각을 고집했었을 지도 모른다. 때때론 계곡을 스쳐가며 빽빽한 전나무숲 사이로 난 비포장 도로는 드라이브 코스로도 수 키로에 이르는 상당히 먼거리였다.

본격적인 산행은 상원사 뒷편 사자암을 오르는 화물용 모노레일의 거친 모터 소리와 함께 시작하나, 실제적으로는 *적멸보궁을 지나 내리막이 나오고 그 끝 골짜기에서 잠시 숨을 돌린 후부터 시작된다는 게 더 맞을 듯 싶다. 골짜기에서부터 비로봉까지는 잠시 숨도릴 겨를도 주지 않고 약 1.3km를 한 시간이 넘게 가파르게만 올라가는 것이, 지나치던 한 아주머니가 왜 떼오에게 힘내라며 자기도 몇 번을 포기할까 했다는 말이 저절로 이해가 되었다.


*적멸보궁 : 석가모니 부처의 진신사리가 보관된 전각으로, 우리나라에는 오대산 이외에도 신라의 승려 자장이 당나라에서 돌아올 때 가져온 부처의 사리와 정골을 나누어 봉안한 양산 통도사, 설악산 봉정암, 태백산 정암사, 사자산 법흥사의 5대 적멸보궁이 있다.

여름 숲은 습기가 가득할 수록 숲의 진한 비릿내를 내뿜는다. 전나무가 무성한 오대산에서는 마치 피톤치드의 향과 풀뿌리 내음, 여름꽃 내음들이 혼합된 듯, 그 숲 비릿내가 유달히 독특하다. 탐방로를 따라 흐드러지게 피어난 야생화들이 거친 호흡을 잠시 가다듬을 좋은 구실을 제공해 준다.



정상에 가까와 지면서 골짜기에서부터 입었던 우비를 벗었다. 비도 가늘어지기 시작했을 뿐 아니라 어차피 비오듯 흐르는 땀으로 우비 안쪽이나 바깥 쪽이나 흠뻑 젖기는 마찬가지 였다. 오히려 벗고나니 시원한 느낌이 든다. 정상에서는 정상에서만 부는 바람이 분다.

특히 오늘같은 날씨에 정상의 바람은 정상에서만 볼 수 있는 구름의 절경을 만들어 낸다. 구름들이 바람에 밀려 빠르게 몰려 왔다가는 다시 빠르게 사라지고, 어느새 사라진 그 틈새로 저 멀리 능선과 능선 사이에 걸쳐 있는 다른 구름들의 절경이 펼쳐진다.

궂은 날씨 때문에 코스를 줄여 변경해야 했었지만, 다시 그 날씨 덕분에 비로봉 정상을 우리 둘이서만 독차지 한 채 이런 구름과 바람의 절경을 감상할 수 있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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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 8 13, 수요일 (2차 여름휴가 셋째날)

전날 비로봉까지의 마지막 1.3km 거친 오르막을 격고나니, 소금강 주차장에서 구룡폭포까지의 3km는 그냥 선물이였다. (어제의 과격한{?} 등반으로 전체에 알이 배긴 다리가 조금 부담스러웠지만) 평탄한 탐방로가 선물이였고, 무엇보다 계곡 구비구비를 돌 때 마다 펼쳐지는 절경이 더할 나위없이 고마운 선물이였다.

몇 년전부터 시작한 아빠와 떼오 단 둘의 여행은 늘 산에서 몇 일을 보내다가 마지막 날은 바닷가에서 막을 내리는 전통(?)이 생겼다. 이번 여행에서도 그 마지막 날을 조용한 낙산사 바닷가의 파돗소리와 매미소리와 염불소리를 들으며 보냈다.



by 프리스코 | 2008/08/15 15:37 | | 트랙백 | 덧글(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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